가을에게 시기 질투라도 하듯 겨울을 재촉하는 차가운 비가 내렸습니다. 남원의 하늘은 차가웠지만 여행자의 마음은 따뜻하기만 합니다.
여행을 떠나는 발걸음에 기쁨이 묻었습니다.
흙인양 털었더니 행복이 날립니다.



남원여행에서 꼭 가봐야 할 곳을 추천하라면 주저함 없이 이곳을 소개합니다. 혼불 문학관입니다.
' 혼불'이라는 단어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사람의 혼을 이루는 바탕. 죽기 얼마 전에 몸에서 빠져나간다고 하는데, 크기는 종발만 하며 맑고 푸르스름한 빛을 띤다고 한다(전남, 전북).
혼불이라는 단어는 원래 국어사전에 없었지만
17년의 세월, 1만 2천 장 의 뜨거운 영혼으로 적어 내린 최명희 작가님의 장편소설 혼불이라는 작품으로 인해 생겨난 말입니다.


남원은 혼불이라는 거대한 소설의 주무대입니다.
혼불 문학관은 이 모든 것을 보여주는 아주 귀한 장소입니다. 처음 최명희 작가님을 만난 것은 한국적인 도시 전주에서 최명희 문학관을 통해서입니다.
최명희 문학관을 통해 들려주는 그녀의 목소리는
소설이 되고 시가 되어 메마른 가슴에 시원스러운 빗줄기 되어 내렸습니다.



전주에 있는 최명희 문학관에서 볼 수 없었던 혼불의
전통이 살아있는 남원은 혼불의 주무대입니다
혼불 문학관으로 가기 전 서도역을 만났습니다.

금방이라도 기적을 울리며 달려올 것 같은 기찻길이
그림처럼 펼쳐진 이곳은 2002년 전라선 철도 이설로
신역사를 준공해서 옮겨갔고 1932년 준공 당시의 모습 그대를 간직하고 있는 옛 서도역입니다.




현재는 수많은 영상 촬영장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특히나 서도역은 혼불의 중요한 문학적 공간이며 혼불 문학마을의 도입부이기에 혼불 문학관을 찾는다면
꼭 들러 보시길 바랍니다.
비 내리는 혼불 문학관을 찾았습니다.
뚜벅이는 이곳이 세 번째입니다.
가보시면 알겠지만 문학관으로 들어서기도 전에
마음이 평온해지는 곳입니다.
작가 최명희 씨가 쓴 '혼불'은 일제 강점기인
1930년대 남원에 있는 사매면 매안 이 씨 3대 종부를
중심으로 그 양반가를 지키려는 3대 며느리들과
거멍굴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뚜벅이는 몇 년 전부터 10권짜리 혼불을 필사를 하고 있지만 게으른 뚜벅이가 아직까지 다 적어 내리지 못했습니다.
알알이 적어 내린 그녀의 글들을 읽고 필사를 할 때면
너 우리말 어디까지 아니? 하고 묻는 듯합니다.

보석 같은 우리말을 진주알을 엮듯 적어 내린
혼불을 읽노라면 뚜벅이 평생에 보도 듯도 못한 우리말들이 이렇게 많은가 싶었습니다.
혼불은 1990년대 우리 문학이 이룬 최대 성과로 꼽힙니다.
전주가 고향인 전주에 있는 최명희 문학관이 인간 최명희를 조명했다면 남원 혼불 문학관은 대하소설 혼불을 기념하기 위해 조성한 문학관입니다.
시끌벅적한 전주한옥마을 중심에 있는 최명희 문학관과는 달리 남원에 있는 혼불문학관으로 찾아들어가는 길은 마치 무릉도원을 거니는 듯합니다.
혼불 속의 이야기 이야기들이 자연 속에 묻혀있고
그 자연은 혼불의 흔적들을 보석처럼 품고 있습니다.
찾아가는 내내 눈에 담을 거라곤 높은 하늘아래
넓지도 넓은 허허 들판과 어디선가 들려올듯한 거멍굴 사람들의 목소리들입니다.


문학관 속으로 들어서는 순간 마음이 정화됩니다.
낯설지만 낯익은 듯하고 , 따뜻하면서도 시원스러운 눈을 가진 최명희 작가님이 두 팔 벌려 환영하는 듯합니다.


천천희 혼불 속으로 빠져들어가는 시간입니다.
문학관 옆으론 하늘을 향해 서있는 솟대가 있고 소설에서 보던 청호지라는 저수지도 보입니다.

꽃피는 계절이나 녹음이 우거진 날도 좋지만 특히 비라도 내리면 날이면 사랑에 빠질만한 곳입니다.
누구라도 사랑하고 싶어지고, 반하고 싶은 배경을 앞에다 두었고, 뒤로는 노적봉과 벼슬봉 자락을 품은 곳에 이쁜 한옥으로 지어진 문학관은 그 자체가 그림이요 예술이요 , 소설로 다가옵니다.
혼불문학관은 전시관과 꽃심관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전시관에는 최명희 육필원고뿐 아니라 서재를 옮겨놓았고 소설의 장면 장면을 형상화 한 디오라마가 있습니다.



그곳에 서있는 것만으로도 혼불은 시대를 넘어 여행자에게 들려오고 모형으로 만들어놓은 소설 속으로 빠져 들게 합니다.
꽃심관은 쉼터요, 관광센터로 혼불을 필사하는 체험도
가질 수 있습니다.


한번 가보고 두 번 가다 보면 알겠지만 남원시 사매면 일대 마을 전체가 혼불이라는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마치 소설 속에 들어가 있는 듯합니다.
남원으로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이곳은 필히 가봐야 하는 곳입니다. 결코 후회스럽지 않을 것입니다
혼불이라는 소설도 추천합니다.
무려 1만 2천 장 , 17년 동안 써 내린 소설 ' 혼불 '을 보노라면, 얼마나 뜨겁게, 치열하게 적어내렸는지
그녀의 말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원고를 쓸 때면 손가락으로 바위를 뚫어 글씨를
새기는 것만 같다'
'쓰지 않고 사는 사람은 얼마나 좋을까.



오랜 시간 써 내렸지만 혼불은 미완성 대하소설이다.
'소설이라는 이야기 속에 말의 씨를 뿌리는 사람 최명희작가님은 난소암으로 51세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정신은 이 시대에 뚜렷이 남아 있습니다.
짧은 생을 살았음에도 그의 마지막 유언은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그곳을 여행한 뚜벅이에게 큰 울림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말이 가슴을 울립니다.
'혼불 하나면 됩니다... 아름다운 세상입니다...
참으로 잘 살다 갑니다...'
뚜벅이도 이 세상 떠날 때 아름다운 세상 잘 살다 간다는 고백할 수 있는 행복한 삶을 살고 싶습니다.
여행은 그걸 가능하게 하리라 봅니다.
-찾아가는 길 -
혼불 문학관(매주 월요일 휴관)
(전라북도 남원시 사매면 노봉안길 52)
'전라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원여행]남원시립 김병종 미술관 (4) | 2023.12.04 |
---|---|
[남원여행]비 오는 날의 광한루 (2) | 2023.11.27 |
[여수여행]여수 금오도 비렁길 2코스 (1) | 2023.05.19 |
새벽 산책이 좋아서 여행을 떠난다. (2) | 2023.05.06 |
정읍 여행이라면 한 번쯤 찾는다는 쌍화차 거리 (0) | 2023.04.3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