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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6시, 밤바다를 건너온 배가, 제주의 품에 조용히 몸을 기대는 시간. 희미한 여명이 항구 위에 내려앉고,
나는 아직 잠이 덜 깬 바람을 따라 한림항으로 향한다.
오늘은
제주올레길 14코스의 시작점에서
다시 한 번 나를 내려놓는 날.
자주 오는 제주이지만 이 섬은 늘 처음처럼 설렌다.
같은 바다인데도 파도의 표정은 늘 다르고,
같은 길인데도 걷는 나의 마음은 매번 다르다.
올레길 위에서 건네는 인사,
“꼬닥꼬닥.”
느릿느릿, 천천히, 한 걸음씩.
바람의 속도에 맞춰 걷는다는 뜻.
서두르지 말라는,
제주가 나에게 들려주는 다정한 말.
한쪽에서 “꼬닥꼬닥” 하고 건네면
마주 오는 이는 “올레” 하고 웃는다.
그 짧은 두 음절 속에 서로의 안부와 온기가 스민다.
이 길에서는 속도가 자랑이 아니고, 먼저 도착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함께 스쳐 가는 인사 한 마디, 발끝에 스미는 햇살 한 조각, 귤 향기 섞인 바람 한 모금이면 충분하다.
오늘도 나는 꼬닥꼬닥, 나의 속도로 걷는다.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처럼 나 자신에게도
“올레” 하고 다정히 웃어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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